나는 맛있는 커피가 있고 두세 시간 앉아 있어도 괜찮은 공간들에서 내 20대 절반을 보냈다. 커피를 마시고 또 음미하며, 종이 위에 단어들을 끄적이고 키보드로는 문장을 만들었다.
나름 글을 쓰겠다고 (정확하게는 시를 쓰겠다고) 나의 아지트 리스트에 들어갈 카페를 찾아다녔다. 나는 새로운 공간이어도 나에게 낡은 노트북과 펜만 있다면, 초반의 낯선 공기를 제외하곤 그 공간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커피와 디저트, 공간을 채우는 음악은 그 시간만큼은 금세 내 일부가 되었다.
영어가 내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알파벳이 좋았고, 내가 만들어 나가는 영시라는 바다 안에서 헤엄치며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 서른이 코 앞으로 찾아왔다. 더 이상 공간을 찾으러 다니지 않고, 대신 내 글을 쓸 영구적인 공간을 만들어 보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공간에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며, 내 창의성을 키워줄 예술적인 요소들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에 대한 접근성은 좋으면 좋을수록 좋기에,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거 공간도 경계선 안에 있어야 했다.
복합문화공간에 주거를 더해서 “복합 문화 주거 공간”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이 공간 안에서 나를 사유하고, 많은 이들과 이 공간을 공유해 보자 결심했다.
2017년 겨울, 서울의 한 외고에서 교사 생활을 마친 뒤, 나는 제일 먼저 커피와 베이킹 수업을 찾으러 다니며 배움을 시작했다.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 커피와 베이커리, 그리고 예술이 있는 새로운 공간들을 틈틈이 보러 다녔다.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를 매일 수 잔씩이나 마실 수 있고 맛있는 빵도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면, 그런 나만의 공간이라면 제약받지 않고 시를 써 내려갈 수 있겠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내 20대의 글 쓰던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있겠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도 쓸 수 있겠지’라는 내 생각은 결과적으로 근거 없이 무겁기만 했던 내 착각이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큰 오산인 동시에 이 책을 쓸 수 있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고 지금에서야 감히 말해 본다.
2019년 가을, 매장 오픈과 동시에 COVID-19를 경험하며 약 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시점까지, 내 매장에서 글을 쓴 적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대신, 경영자의 삶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에게 매장 경영이라는 비즈니스는 아직 어려운 분야고,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시를 쓰는 것 외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금까지 묵묵히 하고 있을 뿐이다.
창업에 대한 팁이나 지식을 나누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운영하면서 몸소 겪고 있는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뒤에 나눌 기회를 엿보겠다. 이 책을 통해서는 “복합 문화 주거 공간”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그에 대한 내 열정을 편하게 나누어 보고자 한다. 나만큼이나 강아지를 사랑하게 된 내 반쪽 남편과 함께 매장을 경영하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이 책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늘 내 결정을 존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사랑하는 부모님, 늘 힘이 되어 주는 내 동생, 친구들, 우리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부산에서 태어나 미국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현재 "셀라스"라는 복합문화주거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에 위치한 Johns Hopkins 대학교에서 Writing Seminars를 전공한 뒤, 뉴욕 The New School 대학원에서 Creative Writing 석사를 전공했다. 미국에서 시인으로 살아보고자 했던 꿈은 잠시(?) 접고 모국인 한국으로 들어왔다. 서울에서 영어 강사와 외고에서의 교사 생활을 하다가 부산으로 내려와 카페, 갤러리, 샵, 레지던스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 마음 한편엔, 시인으로 살고자 하는 소망을 여전히 품고 있으며, 하루에 세 번 반려견 맥스와 럭키를 산책하는 일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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